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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나르시시스트의 엄마는 모든 문제를 본인이 아닌 자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집 가정환경은 평범한 일상 대화가 없고 늘 비난, 욕, 폭력으로 난무했다.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란 사람은 부모가 싸운다는 기준이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정도라고 생각 할 것이다. 하지만 비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면 부모가 싸운다는 표현보다 서로 죽인다는 표현을 더 하고 싶다. 엄마는 나르시시스트라서 아빠에 대한 조종과 통제도 해야한다. 아빠는 알콜중독자라서 정신이 매일 취해있다. 역기능가족, 엄마와 아빠의 실제 대화 패턴을 말하겠다. 이것은 6살부터 결혼하기 전 28살까지 매일 듣고 자라온 말들이다. 

실제로 대화 내용을 쓸 것이며 내용이 보기에 조금 불편할 수 있음을 알립니다.
※ 역기능 가족이란? 부모의 갈등, 부정, 자녀의 방임이나 학대가 지속적이고 정기적으로 일어나며, 다른 가족 구성원들에게 이러한 행동들을 수용하게 만드는 가족을 말한다. (출처 : 백과사전)

#2

악순환의 반복

 

밤 7시.

 

일 끝나면 엄마는 아빠한테 매일 전화를 한다.

아빠가 어떻게 말했는지는 알 수 없다.

 

"어디야? 또 술 쳐먹냐?"

"지금 일어나서 빨리 집에와"

 

아빠는 알았다고 말한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엄마가 말한다.

 

"쓰읍. 알았다고만 하지 말고 빨리 안 일어나?"

 

한 시간 뒤.

 

다시 엄마는 아빠한테 전화를 건다.

아빠는 엄마 전화를 일부러 안 받는다.

 

"이 씨발놈. 귀신은 니 아빠 안잡아가고 뭐하나 몰라"

그리고 엄마는 아빠가 전화를 받을 때까지 계속 한다.

대략 적게는 50통 많게는 100통까지 한 것 같다.

 

또 한 시간 뒤.

 

이미 엄마 감정은 분노를 넘어 섰다.

그러다가 아빠가 다시 전화를 받는다.

 

"야 이 미친새끼야. 전화는 왜 안 받아"

"어디야? 빨 안 일어나?"


밤 10시.

 

집 현관문 비밀번호 소리가 들린다.

(매일 나는 내 방에서 긴장한다)

 

아빠는 매일 집 비밀번호를 틀려서 문을 못연다.

초인종을 누르면 엄마가 문을 열어준다. 

"술 먹지 말라니까 기어코 쳐 먹고 와"

 

그리고 아빠의 첫 한마디는 매일 똑같았다.

"내가 술을 먹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아빠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정도로 술에 취한다.

휘청거리며 방에 들어가는 아빠를 보며 엄마는 말한다.

 

"저 봐라.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혀는 꼬부라지고"


밤 11시.

 

아빠가 주방에서 텅빈 전기 밥솥을 보며 본격적인 싸움은 시작된다.

 

"(쌀을 씻으며)아이씨. 밥은 좀 먹을 수 있게 해놓지. 좀"

 

엄마는 아빠의 말을 무시하며 티비를 본다.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는지 다시 아빠에게 말한다.

 

"니가 뭐가 예쁘다고 밥을 하냐?"

"술 쳐 먹었으면 곱게 잘 것이지"

"밥 못 먹을 귀신이 붙었나. 어흐, 지겨워"

 

그리고 다시 아빠는 엄마에게 반박의 말을 한다.

"아니, 애들은 먹을 수 있게 밥을 해놔야 될 것 아니야"

 

(우리 밥은 엄마가 하기 보다 외식을 더 많이 했다)

 

아빠의 술 주정은 횡성수설한 말에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한다.

엄마가 밥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식사가 끝날 때까지 말한다. 


새벽 12시.

 

엄마는 거실에서 자고 아빠는 방에서 잔다.

 

아빠는 안자고 엄마 옆에서 평소의 불만과 하소연을 말한다.

다음 날 일을 가야하는 엄마는 이 때쯤에 화가 터진다.

 

"빨리 안자? 들어가서 좀 자"

"지금 시간이 몇시인데 안자고 저 지랄이야?"

"아흐. 씨발. 술통에 콱 죽어버렸으면 속 시원하겠네"

 

아빠는 인상을 쓰면서 엄마한테 화를 낸다.

 

"남편한테 씨발이라니"

"아무리 술을 먹었다지만 말 좀 가려서해"


새벽 1시.

 

엄마는 아빠를 방에 재우려고 한다.

거실에서 자는 엄마한테 아빠는 말 할려고 한다.

 

이 행동을 두시간정도 반복한다.

매일 이 과정에서 몸 싸움이 있었고 아빠는 말한다.

 

"안 잔다고 좀. 자는 것도 왜 내 마음대로 못하게 해?"

 

엄마는 아빠를 안방으로 밀친다.

등짝을 친다던지, 팔을 꼬집는다던지, 물리적인 폭력을 한다.

 

그저 나는 방 안에서 숨 죽이고 소리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귀만 쫑끗 세울 뿐이다. 

 

"아! 왜 때려? (아빠도 엄마 때리는 시늉을 하며) 이게 진짜?"

 

그리고 엄마가 내 이름을 부를 때는 상황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이런 심각한 상황은 이미 강력한 트라우마로 남았다.

 

가장 많이 노출 된 장면은 아빠가 물건을 던지는 장면이다.

한번씩 노출 된 장면은 어빠가 엄마 목을 조르고 있는 장면이다.

한번씩 노출 된 장면은 주방에서 칼을 꺼내려고 시늉하는 장면이다.

 

이쯤되면 경찰을 불르거나 내가 싸움을 말려서 상황을 종료시키면 새벽 3시가 된다. 


 

아침 6시. 

 

아침이 되면 아빠는 기억을 못한채 출근 준비를 한다.

아빠는 아침에 엄마한테 만원씩 용든을 받아간다.

 

아빠는 용돈이 모자랐는지 엄마한테 말한다.

"만원만 더 줘"

 

그런 엄마는 화를 내며 절대 주지 않는다.

 

"술 쳐먹을라고 돈 달라고 하냐?"

"너 어제 일은 기억이나 하냐?"

"그냥 가다가 콱 죽어버려라"

 

아빠는 씩씩 거리며 그대로 출근한다.

매일 우리집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겪었다.


아빠가 출근하면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나에게 말한다.

엄마는 나를 스케이프 고트, 희생양으로 정했기 때문에 온갖 비난을 듣는다.

 

나는 엄마의 감정쓰레기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빠의 비난, 시댁의 비난, 돈에 대한 비난 등 말이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 고생을 하나"

"너는 절대로 술 마시지 말고 술 마시는 남자도 만나지 마"

"딸이 되가지고 아빠한테 술 마시지 말라고 말해야지"

"니 아빠만 안만났어도 너도 안생겼을텐데"

"결혼하기 싫었는데 너가 먼저 생겨서 결혼했잖아"

"에휴, 그때 너를 낳는게 아니였는데"

"너! 다리 밑에서 주어왔으니까 친엄마 찾으러가"

 

매일 밤마다 싸우는 소리를 듣는게 힘들어서 나도 엄마에게 말한다.

 

"엄마, 아빠한테 욕 좀 안하면 안되?"

이 한마디에 엄마는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다.

 

"니 아빠가 술 안마시면 내가 욕할일이 있겠니?"

"잘못은 아빠가 하고있는데 그럼 가만히 있으라는거니?"

 

나는 기분이 나빴지만 엄마가 불쌍하고 안타깝고 술마시는 아빠가 싫었다.

그리고 내가 엄마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지금까지도 남아있다. 


#3

나는 건강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했다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현재도 가정불화가 아빠의 술 때문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나도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엄마의 욕은 하지 말아달라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나르시시스트 언어 조종으로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내가 말하는 것은 틀렸고 엄마가 하는 말이 맞다는 것을 훈련했다. 나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매일 술 마시는 아빠도 문제가 비난하고 욕하는 엄마도 문제다. 결국은 둘 다 똑같다. 그리고 나르시시스트 엄마와 술중독자 아빠는 60세가 넘도록 이혼도 하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위와 같은 패턴으로 살고 있다. 아빠가 술을 마시는 것과 내가 태어난 것은 전혀 연관성이 없다. 그저 나르시시스트 성향에 불쌍하게 보이고 싶고 엄마를 더 챙겨달라는 신호일 뿐이다. 나는 누구에게나 사랑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그게 부모라 할지라도 내 존재를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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