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pixabay

엄마는 나를 사랑한게 아니야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자녀에게 필요한 절대적인 사랑을 주지 않고 매우 조건적인 사랑을 준다. 살다보면 엄마의 따뜻한 말 한마디 혹은 따뜻한 품에 안겨본 적이 없는 자녀는 성인이 되어서도 만성적인 공허함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 공허함의 내면에는 늘 엄마에게 '사랑 받지 못 할까봐' 혹은 '버림 받을까봐' 두렵고 불안한 마음으로 성인이 된다. 어른아이로 성장하게 되어 만성 우울증이라는 병을 앓게 된다. 그 어른 아이는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필자, 헤바씨이다. 그렇다면 조건적인 사랑도 사랑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하겠다.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자신을 사랑하는거지 자녀를 사랑하는게 아니다.  나르시시스트는 내가 겪은 실화 이야기이다. 

 

 

엄마는 왜 나에게 거짓말을 시켰을까?

 

 

나르시시스트 특징은 자녀를 자신의 '자랑거리'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살아온 시대적 배경을 잠깐 설명하고자 한다. 1970년대 부모님 세대는 소위 가방끈이 짧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엄마는 7남매에 둘째이고 가정형편이 좋지 못해 중학교 졸업만 했다. 공부가 너무 하고 싶었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공장에서 일했다고 한다.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자녀를 자신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성인이 되어서도 공부 하라는 말을 꾸준히 들었다. 말과 행동이 다른 엄마는 살면서 책 한번 펼치지 않는 사람이였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전형적인 잔소리 하는 한국 엄마처럼 보인다. 2020년, 지금으로부터 23년전의 나의 초등학교 5학년 일기장을 공유하겠다.

 

주제: 자랑스러운 나(1999년 10월 6일, 월요일)
나는 아침 조회 시간에 글짓기 상을 받았다.
교장 선생님께 구령대에서 받으니 기분이 좋았다.

 

@pixabay

나의 친정집에는 글짓기 상이 많다. 그 상은 기억하길 초등학생 2학년부터 6학년까지 받았던 상이다. 상장에 대한 종류는 장려상,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이 있다. 여기서 반전이 있다면 모두 받아온 글짓기 상은 내가 쓴 것이 아니다. 엄마가 대신 글을 써주고 내가 대신 상을 받았다. 5년동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걸까?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자녀를 자신의 트로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엇이든 유아기부터 자녀에게 철저히 입단속을 시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헤바, 너!!! 선생님이나 친구들한테 절대 엄마가 글짓기 대신 썼다고 솔직히 말하면 절대 안돼. 글을 쓴 사람은 너야!! 알겠어?"

 

엄마는 평소 나에게 원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는다. 시키는데로 잘하면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그렇지 않으면 벌이 주어지는 조건적인 사랑을 준다. 예를 들어 용돈을 한푼도 주지 않는 대신에 심부름을 잘하면 남은 거스름 돈을 준다. 만약에 심부름을 하지 않으면 입에도 담지 못할 유아기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온갖 비난,욕설,폭력으로 나를 통제한다. 

 

"나쁜년, 엄마가 힘들게 너 키우는데 심부름도 하기 싫어? 다른집 애들은 엄마 심부름 잘만 한댄다"

 

1990년대에는 친구들과 500원이면 충분히 맛있는 과자를 사먹을 수 있었다. 나는 그 달콤한 과자에 솔직함과 거짓말과 바꾸었다. 죄책감이 느껴졌다. 선생님께 말을 하면 엄마에게 체벌이 공포스럽고 무서웠다. 만약 엄마가 알게 되는 순간 얇은 옷걸이로 팔과 다리가 멍들도록 때리니까 말이다. 고작 나이가 9살이였으니 자아가 제대로 형성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잘못된 훈육으로 나를 가르쳤다.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자신을 위해서라면 자식을 이용하면서까지 조종한다. 당시에는 엄마의 사랑보다도 친구들과 같이 사먹는 과자가 더 좋았다. 어차피 엄마의 사랑은 조건적인 사랑이였으니 말이다.


@pixabay

 

어느 명절 날, 친척들은 우리집에 놀러왔다. 엄마와 나 사이에 입에 자물쇠를 채운것처럼 보이지 않는 비밀이 생긴다. 그리고 벽에 많은 글짓기 상장을 보며 친척들은 이렇게 말한다. "와 무슨 상장을 이렇게 많이 받았어? 헤바, 공부 잘 하나보네. 니네 엄마 자랑스럽겠다"

 

"(표정은 뿌뜻하고 자랑스러워하며)내 딸이 글을 좀 잘 쓰지"

 

엄마는 친척들한테 거짓말을 하고 나는 엄마의 거짓말에 침묵을 지킨다. 믿기 어렵겠지만 아주 어릴때부터 가스라이팅을 하는 환경에 노출되면 엄마가 아닌 진짜 글을 쓴 사람은 내가 된다. 그렇게 내 기억속에는 글짓기 상을 많이 받은 사람으로 인지 되었다. 그리고 엄마와 손절을 잠깐 하기전 작년에 엄마에게 다시 물어 보았다. "엄마, 글짓기 내가 쓴거 아니였었잖아. 그치?"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너가 계속 상을 받아오니까 글 쓰는게 재미있더라고"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한다. 어떻게든 인정하지 않기 위해 말돌리기, 침묵하기, 등 온갖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나는 엄마에게 진정한 깨달음과 사과를 원했지만 35년이 된 지금도 들을 수 없었다.

댓글